장미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꽃이지만, 향료로서의 장미는 한 종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식물 여러 종, 두 갈래의 추출 방식, 그리고 20세기 이후 실험실에서 다시 조립된 수백 개의 분자가 "장미"라는 한 단어 뒤에 겹쳐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그 한 단어가 어떤 식물에서 나와, 어떻게 한 방울의 향료가 되는지를 따라갑니다. 향수에서 장미가 어떤 향으로 들리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장미가 걸어온 시대별 이야기는 역사 페이지에서 따로 다룹니다.
"로즈"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식물
향료에서 "로즈(rose)"라고 부를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두 종은 다마스크 장미(damask rose)와 센티폴리아 장미(centifolia rose)입니다. 둘 다 사람이 오래 길러 온 자연 잡종으로, 서로 다른 길을 따라 장미 향료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1
다마스크 장미의 학명은 Rosa × damascena이고, 식물학적으로는 R. gallica와 사향장미 R. moschata의 교배로 성립한 잡종입니다. DNA 분석에서는 중앙아시아 계통인 R. fedtschenkoana의 유전적 기여도 확인되었습니다.2 이름은 시리아의 도시 다마스쿠스(Damascus)에서 왔습니다. 교배 부모 중 하나가 이름 그대로 "머스크(musk)"인 사향장미이기 때문에, 다마스크 장미는 처음부터 머스크 같은 결을 품고 태어난 장미라고 설명됩니다.1 불가리아 카잔루크(Kazanlak) 계통의 다마스크 장미는 향료서에 별칭으로 따로 등장할 만큼 향수 산업과 깊게 얽혀 있습니다.3
센티폴리아 장미(Rosa × centifolia)의 이름은 라틴어로 "꽃잎 100장"이라는 뜻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원예가들이 발달시킨 잡종이고, 둥근 모양 때문에 "캐비지 로즈(cabbage rose)"라고도 불립니다. 같은 장미가 프랑스 그라스(Grasse)에서는 5월에 피기 때문에 로즈 드 메(Rose de Mai) — "5월의 장미"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향료서에서는 이 꽃을 두툼하고 부드러운 향을 가진 꽃으로 설명합니다.1
여기에 더해 R. alba는 불가리아에서 지금도 증류용으로 쓰이고,4 사과 향이 나는 잎을 가진 R. eglanteria, 인센스(incense) 향이 도는 R. primula, 솔잎 같은 향의 R. glutinosa처럼 꽃잎이 아니라 잎과 줄기에서 향을 내는 종도 있습니다.5 같은 "장미"라는 한 단어 뒤에, 향이 저마다 다른 식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셈입니다.
새벽에 따는 이유
장미는 시간에 민감한 꽃입니다. 향료용 장미는 보통 해가 뜨기 직전,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기 전 상태로 따 모읍니다. 이른 아침이 향이 가장 달콤하기 때문이고, 폭풍이 오기 직전에 향이 더 짙어진다는 관찰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6 같은 가지의 같은 장미라도 시간대에 따라 향이 미세하게 달라지므로, "새벽 수확"은 시적인 광고 문구이자 동시에 실제 작업 방식입니다.
이 풍경은 낭만이 아니라 노동입니다. 모로코(Morocco)의 협곡에서는 베르베르(Berber) 여성들이 새벽에 햇빛 가리개를 쓰고 바구니를 들고 장미를 따고,7 불가리아(Bulgaria)의 장미 골짜기에서는 봄의 차가운 새벽이 꽃봉오리가 너무 일찍 벌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줍니다. 꽃은 딴 뒤 몇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므로, 수확과 추출은 산지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1킬로그램에 100만 송이
장미 원료에 대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실은 그 낮은 수율입니다. 불가리아 장미 골짜기에서 일한 한 향료업자는 장미 오일 1킬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약 100만 송이의 꽃을 손으로 따야 한다고 자기 책에 적었습니다.8 이 숫자가 장미 향료를 향수에서 가장 값비싼 천연 원료 중 하나로 만듭니다.
증류로 얻는 로즈 오또
향료용 장미의 추출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수증기 증류입니다.
로즈 오또(rose otto) — 옛 향료서에서는 장미 정유(attar of rose)라고도 부릅니다. 수증기로 꽃잎을 통과시켜 정유를 받아내는 가장 오래된 방식입니다. 한 조향서의 계산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정유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약 4톤의 꽃잎이 필요합니다.9 흥미로운 점은, 순수 로즈 오또를 그대로 맡으면 거의 마취제처럼 진하고 불쾌하게 느껴지지만, 알코올에 옅게 풀어내는 순간 우리가 아는 그 장미향으로 펼쳐진다는 사실입니다. 이 정유는 14~20°C 사이에서 거의 고체로 굳는 특성도 있어서, 옛 향료서는 낮은 온도에서 굳는 성질을 정유의 특징으로 기록해 두었습니다.10
같은 증류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것이 로즈워터(rose water, 장미수)입니다. 향은 정유보다 옅지만, 물에 녹는 향 성분이 남아 있어 요리·화장품·의례에서 오랫동안 따로 쓰여 왔습니다.
용매로 얻는 콘크리트와 앱솔루트
둘째 갈래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용매 추출입니다. 휘발성 용매에 꽃잎을 담가 향을 빼내면, 먼저 왁스가 섞인 반고체 상태의 콘크리트(concrete)가 나오고, 이것을 알코올로 다시 씻어 왁스를 걷어내면 로즈 앱솔루트(rose absolute)가 됩니다. 앱솔루트 1킬로그램을 얻는 데는 약 1톤의 꽃잎이 필요합니다.11 증류보다 양은 더 많이 나오지만, 앱솔루트는 더 깊고 농밀하며 꽃잎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인상으로 자주 묘사됩니다.
정리하면, 오또는 더 맑고 투명한 인상으로, 앱솔루트는 더 깊고 풍부한 인상으로 나뉩니다. 조향사는 만들려는 향의 성격에 따라 둘 중 하나를 고르거나 함께 씁니다.
산지가 새기는 차이
같은 다마스크 장미라도 조향사가 산지를 가린다고 알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라는 흙·물·빛·새벽 공기가 향에 미세한 차이를 새기기 때문입니다. 한 향료 작가가 정리한 인상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 전통적으로 러시아 장미는 더 부드럽게, 인도 장미는 더 가늘게, 이집트 장미는 더 풍부하게, 터키 장미는 더 달콤하게, 불가리아 장미는 더 둥글게, 모로코 장미는 더 밝게 묘사되곤 합니다.12 같은 학명을 가진 식물이지만, 산지 표기는 결국 "어떤 톤의 장미인가"를 가리키는 단서로 쓰입니다.
여기에 더해, 오래된 품종과 새 품종 사이에도 향의 결이 갈립니다. 다마스크·센티폴리아 같은 옛 장미는 로디놀(rhodinol)을 중심으로 파우더리함, 제라늄 잎, 클로브, 꿀, 머스크 같은 결을 함께 냅니다.13 반면 1800년대 초 중국과 페르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새 품종들은 노란색·금색과 함께 블랙 티, 과일, 가벼운 스파이스 같은 결을 가져왔습니다.14
장미를 다시 조립한 분자들
향료로서의 장미가 한 번 크게 바뀐 시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조향과 화학이 본격적으로 만나면서입니다.
1900년 무렵 장미 향을 이루는 성분은 8개 정도가 식별되어 있었습니다. 그 수는 1950년대에 20개, 1960년대에 50개로 늘었고, 20세기 말에는 400개를 넘어섰습니다.15 한 송이 꽃 안에 그렇게 많은 분자가 어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조향가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 두 분자는 페닐에틸알코올(phenylethyl alcohol)과 게라니올(geraniol)입니다. 한 조향 교과서는 "장미꽃 그룹은 이 두 성분으로 특징지어진다"고 못박습니다.16 이후 시트로넬롤(citronellol)과 후속 분자들이 합류하고, 이 합성 분자들 대부분이 20세기 첫 10년 안에 정착하면서, 조향사에게는 "장미를 처음부터 다시 조립할 수 있는 향의 언어"가 생겼습니다.15 여기에 극미량으로 장미의 깊이를 좌우하는 로즈 케톤(rose ketones) 계열 — β-다마세논(β-damascenone), 다마스콘(damascones) — 이 20세기 후반에 밝혀지면서, 천연 원료를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에 없는 형태의 장미까지 설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변화는 장미의 캐릭터를 바꿨습니다. 합성 분자들은 천연 원료보다 더 일정하고, 더 오래 가고, 공급이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천연 장미 원료가 부족하거나 비쌀 때도 향수에 장미를 담을 수 있게 됐고, "새벽에 장미를 따는 풍경"이라는 시적인 광고 카피가 정작 합성 향료로 만든 향수에 쓰이는 시기도 있었습니다.17
품질, 가격, 그리고 혼입
장미는 비싼 원료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혼입(adulteration) 문제가 잦았습니다. 천연 로즈 오또에 값싼 팔마로사(palmarosa) 오일이나 합성 제라니올·시트로넬롤을 섞어 양을 늘리는 방식이 오래 쓰였고, 이런 혼입은 냄새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장미 원료에서는 산지, 저장 상태, 성분 분석, 생산자 신뢰가 품질만큼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천연이면 무조건 좋다"로 끝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규제와 안전: 원액과 완성 향수는 다르게 봅니다
장미 원료를 이야기할 때는 알레르겐 표기도 함께 봐야 합니다. 장미 정유와 앱솔루트에 많이 들어 있는 시트로넬롤(citronellol)과 게라니올(geraniol)은 유럽연합 화장품 규정(EC 1223/2009)이 정한, 라벨에 표기해야 하는 향료 알레르겐 목록에 포함됩니다. 이 성분들은 씻어내는 제품에서 0.01%, 몸에 남는 제품에서 0.001%를 넘으면 성분표에 따로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18
다만 이것은 원료와 표기의 영역이지, 완성 향수 속 장미 노트가 곧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알레르겐 표기는 "이 성분이 들어 있으니 민감한 사람은 확인하라"는 정보 제공에 가깝습니다. 향수 속 노트 설명과 에센셜 오일 원액의 사용법은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
[1]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Exploring the World of Botanical Fragrance, "Rose Plants" 항목. 다마스크 장미가 Rosa gallica, R. moschata 계통과 이어진 자연 잡종이며 이름이 다마스쿠스와 연결된다는 점, 센티폴리아 장미의 이름·별명·그라스의 Rose de Mai를 함께 설명합니다.
[2] Plants of the World Online (Kew), "Rosa × damascena Herrm." 다마스크 장미의 학명과 잡종 형성, R. gallica × R. moschata 기원 및 R. fedtschenkoana의 유전적 기여를 정리합니다. https://powo.science.kew.org/taxon/urn:lsid:ipni.org:names:2968261-4
[3]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Roses" 항목. 불가리아 카잔루크 계통의 다마스크 장미가 향료용 장미와 깊게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4]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Roses" 항목. Rosa alba가 불가리아에서 증류용 장미로 쓰인다는 내용을 다룹니다.
[5]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Roses" 항목. 사과 향의 잎을 가진 R. eglanteria, 인센스 느낌의 R. primula, 솔잎 같은 R. glutinosa처럼 꽃잎 밖에서도 향을 내는 장미 사례를 소개합니다.
[6]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A Natural History of Perfume, "Rose" 항목. 해가 뜨기 전,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기 전에 장미를 따는 이유와 이른 아침의 향, 폭풍 전 향이 짙어지는 관찰을 전합니다.
[7]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A Lifetime Journey to the Source of Nature's Scents, 모로코 장미 수확 단원. 모로코 협곡에서 베르베르 여성들이 새벽에 장미를 따는 현장을 묘사합니다.
[8]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Rose of the Four Winds" 항목. 불가리아 장미 골짜기에서 장미 오일 1킬로그램에 약 100만 송이가 필요하다는 생산 규모와 손수확 맥락을 설명합니다.
[9] Jean-Claude Ellena, Perfume: The Alchemy of Scent, 추출 기법 단원. 수증기 증류로 로즈 오또를 얻는 방식과, 정유 1킬로그램에 약 4톤의 꽃잎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제시합니다.
[10] George William Askinson, Perfumes and Their Preparation, "Oil of Rose" 항목. 장미 정유의 강한 농축 상태, 알코올 희석 후 장미향이 살아나는 특성, 낮은 온도에서 굳는 성질을 다룹니다.
[11] Jean-Claude Ellena, Perfume: The Alchemy of Scent, 추출 기법 단원. 용매 추출로 얻는 콘크리트와 로즈 앱솔루트, 앱솔루트 1킬로그램에 약 1톤의 꽃잎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설명합니다.
[12]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Rosy" 그룹 항목. 러시아, 인도, 이집트, 터키, 불가리아, 모로코 장미가 서로 다른 향의 결로 묘사되는 산지별 인상을 정리합니다.
[13]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Rose Plants" 항목. 올드 로즈가 로디놀, 파우더리함, 제라늄 잎, 시트러스, 우디, 발사믹, 클로브, 꿀, 머스크, 바이올렛 같은 결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4]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Roses" 항목. 1800년대 이후 유럽으로 들어온 새 장미들이 노란색과 금색, 블랙 티, 과일, 스파이스 같은 더 가벼운 결을 가져왔다고 설명합니다.
[15] Jean-Claude Ellena, Perfume: The Alchemy of Scent, 합성 분자 발달사. 1900년 무렵부터 20세기 말까지 장미 향 성분의 식별 수가 8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늘어난 흐름과, 20세기 초 합성 향료의 정착을 설명합니다.
[16] Jean-Claude Ellena, Perfume: The Alchemy of Scent, 향 분류 — Flowers / Rose flowers. 페닐에틸알코올과 게라니올이 장미꽃 그룹을 특징짓는 핵심 분자로 설명된다는 점을 다룹니다.
[17] Mandy Aftel, Fragrant: The Secret Life of Scent. 합성 향료 시대에도 장미 수확과 자연 이미지를 향수 광고와 문화적 상상력으로 끌어오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18] European Commission, "Fragrance allergens in cosmetic products" 및 EU Regulation (EC) No 1223/2009. 시트로넬롤·게라니올을 포함한 향료 알레르겐이 몸에 남는 제품 0.001%, 씻어내는 제품 0.01%를 넘으면 성분표에 표기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https://single-market-economy.ec.europa.eu/sectors/cosmetics/cosmetic-products-specific-topics/fragrance-allergens-labelling_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