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원료

향을 품은 나무, 샌달우드

뿌리에 기대어 사는 반기생 나무 산탈룸 알붐부터 심재의 베타-산탈롤, 마이소르의 고갈과 호주 플랜테이션까지 — 샌달우드가 향료가 되는 원료의 길을 따라갑니다.

샌달우드 향수 노트 일러스트

샌달우드(백단향)는 꽃이나 껍질이 아니라 나무의 속살에서 향을 얻는 재료입니다. 그것도 수십 년을 자란 나무의 심재(心材)에서요. 우유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이 향은 향수의 가장 깊은 자리를 오래 지켜 주지만, 그 뒤에는 한 그루가 향을 품기까지의 긴 시간과, 한 산지가 거의 사라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나무가 향료가 되는 그 길을 따라갑니다. 샌달우드가 향수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성스러운 나무로서의 문화는 문화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뿌리에 기대어 사는 나무

향료에서 말하는 샌달우드의 중심은 인도 백단향, 산탈룸 알붐(Santalum album)입니다. 산탈라케아과(Santalaceae)에 속하는 상록 소교목이고, 산스크리트어로 "찬다나(chandana)"라 불려 온 나무입니다.1 이 나무의 독특한 점은 혼자 자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샌달우드는 반기생(半寄生) 식물입니다. 스스로 광합성을 하면서도, 뿌리를 다른 식물의 뿌리에 연결해 물과 무기양분을 얻습니다.1 한 조향서는 이 나무가 "흡혈귀 같은 방식으로 번성한다"고 표현했는데, 스스로 양분을 만들면서도 나머지는 이웃 식물의 뿌리에서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2 그래서 샌달우드 숲은 늘 다른 나무들과 뒤섞인 혼합림의 형태를 띱니다.3

향을 품은 부분은 바깥의 흰 목질이 아니라 안쪽의 심재와 뿌리입니다. 나무가 어릴 때는 향이 거의 없고, 수십 년에 걸쳐 심재가 향을 축적합니다. 한 그루의 샌달우드가 향료가 되려면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느리게 자라는 나무

샌달우드가 귀한 데에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반기생 나무이기 때문에, 씨앗이 싹트려면 근처에 뿌리를 나눠 줄 숙주 식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향을 품은 심재가 충분히 형성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립니다. 다른 향료 식물이 한 해 또는 몇 해 만에 수확되는 것과 달리, 샌달우드는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작물입니다. 오늘날 호주의 플랜테이션이 "수십 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향 하나를 얻기 위해 산업 전체가 긴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흔치 않은 원료입니다.

마이소르라는 이름

역사적으로 최고의 샌달우드는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Karnataka), 특히 마이소르(Mysore) 일대에서 났습니다. 이 지역의 백단향은 향료계에서 "불가리아 장미에 견줄 만한 명성"을 얻었습니다.4 마이소르 샌달우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이 되어, 오늘날에도 "마이소르"라는 이름은 최고급 백단향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향은 우유·버터밀크처럼 크리미하고, 장미와 앰버가 은은히 도는 부드러운 우디로 묘사됩니다.5 한 평론가는 진짜 인도 백단유를 그대로 맡아 보면 "우유 같고 장미 같고 앰버 같고 우디하고 초록빛 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향수"라고 표현했습니다.6

심재에서 오일을 얻는 방식

샌달우드 오일은 심재와 뿌리를 잘게 부숴 수증기 증류로 얻습니다. 수증기 증류는 오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흙 항아리 증류기를 쓴 이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래된 향 추출법인데,7 샌달우드는 꽃처럼 열에 약하지 않아 이 방식이 잘 맞습니다. 이렇게 얻은 오일은 향이 매우 오래 지속됩니다. 이 지속성 때문에 샌달우드는 향수에서 향을 붙잡아 주는 베이스 노트이자 천연 고정제(fixative)로 오래 쓰여 왔습니다.

베타-산탈롤 — 향의 정체

샌달우드 향의 핵심 분자는 베타-산탈롤(β-santalol)입니다. 이 분자의 구조는 1935년 루지치카(Leopold Ruzicka)와 토만(Thomann)이 밝혀냈는데, 루지치카는 지금까지 향료 화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인물로 남아 있습니다.8 그런데 산탈롤의 정확한 구조를 둘러싼 세부는 1980년에야 완전히 정리될 만큼 복잡했고, 그만큼 화학적으로 재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8 오랫동안 천연 샌달우드 오일이 값싸고 풍부했기 때문에 굳이 합성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천연 자원이 고갈되면서부터입니다.

마이소르에서 호주로

20세기 내내 샌달우드는 과도하게 베어졌습니다. 마이소르 백단향은 1960년까지도 연간 약 3,000톤이 채취됐지만, 고갈 징후가 뚜렷했습니다. 2010년 공식 수치는 연간 약 45톤으로 떨어졌고, 남은 나무가 거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4 정부 독점과 밀거래, 마피아 같은 도벌 조직까지 얽히면서 산지의 실상은 파악조차 어려워졌습니다.9 오늘날 야생 Santalum album은 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lnerable)"으로 분류되고, 거래가 규제됩니다.1

산업은 새로운 산지로 눈을 돌렸습니다. 스리랑카를 거쳐, 지금은 호주가 세계 최대 산지가 되었습니다. 호주 북서부 쿠누누라(Kununurra)를 중심으로 대규모 Santalum album 플랜테이션이 조성됐고, 21세기 들어 호주가 인도를 제치고 최대 생산국이 되었습니다.10 호주에는 이와 별개로 향이 더 마르고 크리미함이 덜한 토종 백단향 Santalum spicatum(오스트레일리안 샌달우드)도 있습니다.5 같은 "샌달우드"라도 종과 산지에 따라 결이 다릅니다.

산지에 따라 다른 결

같은 백단향이라도 종과 산지에 따라 향의 결이 다릅니다. 인도 마이소르의 Santalum album은 우유·버터밀크처럼 크리미하고 장미·앰버가 도는 복합적인 향으로, 백단향의 기준으로 여겨집니다.5 호주 토종 Santalum spicatum은 더 마르고 우디하며 크리미함이 덜하고, 바누아투 등 태평양 산 백단향은 또 다른 결을 가집니다. 조향에서는 이 차이를 살려, 마이소르 계열은 부드럽고 관능적인 우디에, 호주·태평양 계열은 더 깨끗하고 마른 우디에 씁니다. "샌달우드"라는 한 단어 뒤에, 산지마다 다른 나무의 향이 서 있는 셈입니다.

합성과 대체

천연 샌달우드가 귀해지면서, 조향은 합성 샌달우드 분자에 크게 기대게 됐습니다. 피르메니히의 폴리산톨(Polysantol) 같은 합성 산탈롤 계열이 대표적이고, 오늘날 시판 향수의 상당수는 천연 오일 대신 이런 합성 우디 분자로 샌달우드의 결을 냅니다.11 "진짜 샌달우드는 시장에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5 합성 분자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이소르 천연 오일의 복합적인 크리미함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진짜 샌달우드라는 문제

이런 희소성 때문에 샌달우드는 이름을 둘러싼 혼동도 큽니다. "웨스트 인디안 샌달우드"로 불리는 아미리스(amyris)처럼, 진짜 백단향이 아니면서 비슷한 이름이나 향으로 팔리는 재료도 있습니다.5 한 조향서는 이 아미리스 오일을 "진짜 샌달우드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습니다.2 흥미롭게도 옛 향료서는 백단향의 냄새가 "장미유를 닮았다"고 적었고, 실제로 예전에는 값비싼 장미유를 늘리는 데 백단유가 쓰이기도 했습니다.12 그만큼 백단향은 부드럽고 둥근 우디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샌달우드 원료에서는 종(Santalum album인가), 산지(마이소르인가 호주인가), 천연인지 합성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향의 품질만큼 중요합니다.

[1] Wikipedia, "Santalum album" 및 Santalum 관련 문헌. 인도 백단향이 산탈라케아과의 상록 소교목이자 "찬다나(chandana)"로 불리며, 반기생 식물로 다른 식물의 뿌리에서 물과 양분을 얻고, 과도한 채취로 IUCN 적색목록 "취약"으로 분류된다고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antalum_album

[2]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The Calculus of Fixation". 샌달우드가 "흡혈귀 같은 방식으로 번성하는" 반기생 나무이며, 최고 품질은 마이소르산(이스트 인디안 샌달우드)이고 "웨스트 인디안 샌달우드"로 불리는 아미리스 오일은 진짜 샌달우드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3]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샌달우드 단원. 반기생 샌달우드가 다른 나무의 뿌리에서 양분을 얻으며 혼합림을 이루고, 카르나타카(마이소르 이남)의 넓은 숲에 원래 자생했다고 설명합니다.

[4]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샌달우드 단원. 마이소르 샌달우드가 불가리아 장미에 견줄 명성을 얻었고, 1960년까지 연 3,000톤이 채취되다 2010년 공식 수치가 약 45톤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합니다.

[5]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Perfumes the Guide 2018, 샌달우드 관련 항목. 마이소르 천연 오일의 크리미·버터밀크 같은 향, Santalum spicatum(호주 백단향)의 마른 결, 아미리스 등 대체재와 "진짜 샌달우드가 거의 없다"는 현황을 다룹니다.

[6]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Bois des Îles"(Chanel) 평. 진짜 인도 백단유를 그대로 맡으면 "우유 같고 장미 같고 앰버 같고 우디하고 초록빛 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향수"라고 표현한 대목을 전합니다.

[7]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 수증기 증류가 오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흙 항아리 증류기 이래 수천 년 동안 향을 뽑는 데 쓰여 온 오래된 방법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8]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향료 화학 단원. 베타-산탈롤 구조를 1935년 루지치카와 토만이 밝혔고 루지치카가 향료 화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 정확한 구조가 1980년에야 정리될 만큼 복잡했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9]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샌달우드 단원. 정부 독점, 밀거래, 도벌 조직 등 마이소르 샌달우드 거래를 둘러싼 부패와 불투명성을 전합니다.

[10] Wikipedia, "Sandalwood" 및 호주 백단향 산업 자료. 호주가 21세기에 인도를 제치고 최대 Santalum album 생산국이 되었고, 북서부 쿠누누라를 중심으로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조성되었다고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andalwood

[11]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Samsara 및 샌달우드 단원. 피르메니히의 강력한 합성 샌달우드 소재 폴리산톨(Polysantol)이 널리 쓰이게 된 맥락을 설명합니다.

[12] George William Askinson, Perfumes and Their Preparation, "Santal Wood". 백단향(Santalum album)이 남인도·필리핀 원산이며 흰색·노란색 백단이 같은 나무에서 나고, 그 향이 장미유를 닮아 예전에는 장미유를 늘리는 데 쓰이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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