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원료

앰버는 하나의 향료가 아니다 — 라브다넘과 앰버 어코드

앰버(amber)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 화석 호박·용연향과의 혼동, 뼈대가 되는 라브다넘 수지, 벤조인과 바닐라의 조합, 그리고 합성 앰버 앰브록산까지 원료의 길을 따라갑니다.

앰버 향수 노트 일러스트

향수에서 "앰버(amber)"는 조금 특별한 단어입니다. 장미나 샌달우드처럼 하나의 식물이나 재료가 아니라,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향의 조합(어코드)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따뜻하고 달콤하며 수지 같은 이 향은, 사실 한 가지 원료가 아니라 하나의 "레시피"입니다. 이 페이지는 그 레시피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를 따라갑니다. 앰버가 향수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오리엔탈 향수의 역사 속 앰버는 역사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세 가지 앰버의 혼동

"앰버"라는 말은 향수에서 자주 혼동을 부릅니다. 실은 서로 다른 세 가지를 가리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목걸이로 쓰는 화석 호박(琥珀)입니다. 발트해 해변에서 나오는 굳은 수지인데, 향은 거의 없고 파괴 증류를 해야 겨우 오일이 나오며, 오늘날 향수에는 쓰이지 않습니다.1 둘째는 용연향(ambergris)으로,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용연향 이야기는 문화 페이지 참고). 셋째가 바로 우리가 향수에서 만나는 앰버 어코드입니다. 여러 수지와 향료를 섞어 만든 따뜻한 향으로, 마그레브와 중동 시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그 향입니다.1 이 페이지가 다루는 것은 세 번째, 향수의 앰버입니다.

라브다넘 — 앰버의 뼈대

앰버 어코드의 뼈대는 라브다넘(labdanum)입니다. 라브다넘은 지중해의 건조한 바위 해안에 자라는 록로즈(rockrose), 즉 시스투스(Cistus ladanifer) 관목에서 나오는 끈적한 갈색 수지입니다.2 더운 날이면 잎과 줄기에서 수지가 저절로 배어 나옵니다. 그 향은 짙고 수지 같으며, 햇볕에 데워진 호박이나 오래된 나무처럼 따뜻합니다. 한 향수 용어집은 시스투스 라브다넘을 "달콤한 우디 향에 스모키하거나 가죽 같은 결이 도는, 전통적인 앰버 재료"로 정의합니다.3 꿀 같고 타르에 가까운 결이 있고, 바닥에는 마르고 짭짤한 온기가 있어 용연향을 닮았다고 이야기됩니다.2 이 복합적인 수지향이 앰버를 단순한 단내와 구분 짓는 핵심입니다.

염소 털에서 긁어낸 수지

라브다넘의 채취 방식은 향료 중에서도 유난히 오래되고 독특합니다. 가장 오래된 방법은 시스투스 덤불을 뜯어 먹은 염소와 양의 털에 엉겨 붙은 수지를 빗어내는 것이었습니다.2 크레타섬에서는 지금도 "라다니스테리온(ladanisterion)"이라는, 가죽끈을 엮은 나무 틀로 한낮의 열기 속에서 시스투스 덤불을 쓸어 수지를 모읍니다. 끈적한 덤불을 쓸면 수지가 끈에 엉겨 붙고, 이를 손으로 긁어 공처럼 뭉칩니다.2 오늘날 스페인이 세계 시스투스 원료의 약 80%를 생산하며, 연간 조(粗)라브다넘 검이 약 300~350톤 생산됩니다.2 한 향료업자는 안달루시아의 한여름 밭에서, 한 집시(로마) 가족이 밀짚모자를 쓰고 시스투스 가지를 큰 드럼에 삶아 라브다넘 검을 고아 내는 장면 — 수지로 얼룩진 작업복과 연기에 그을린 얼굴 — 을 잊을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4 염소 털에서 시작된 이 향이, 이런 고된 손노동을 거쳐 세계 향수의 따뜻함을 책임지는 셈입니다.

벤조인과 바닐라 — 달콤함을 더하다

라브다넘만으로는 앰버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달콤하고 발사믹한 수지들이 더해집니다. 대표가 벤조인(benzoin)으로, 스티락스속 나무(Styrax tonkinense)의 껍질에 상처를 내면 흘러나오는 이 수지는 굳으면 작은 눈물방울처럼 모입니다.5 부드럽고 달콤하며 따뜻한 벤조인은 발사믹하고 파우더리하게 마무리되어 거의 무엇과도 잘 어울리고, 오리엔탈 향의 뛰어난 고정제가 됩니다.5 여기에 바닐라(또는 바닐린)의 단맛과 스티락스(styrax) 같은 수지가 더해집니다.6 이 수지들은 달콤한 향을 줄 뿐 아니라, 향을 오래 붙잡아 주는 고정제 역할도 합니다. 라브다넘의 어둡고 수지 같은 뼈대에 벤조인·바닐라의 달콤함이 겹치면, 우리가 아는 그 "따뜻하고 포근한 앰버"가 완성됩니다.

앰버 어코드 — 재료가 아니라 레시피

정리하면, 앰버는 라브다넘 + 벤조인 + 바닐라를 기본으로 하는 조합입니다.6 한 조향서는 앰버 노트를 "라브다넘에 스티락스·바닐라·시벳·벤조인을 엮어 만든 것"으로 정의하며, "라브다넘 30방울, 벤조인 120방울, 바닐라 6방울"이라는 소박한 앰버 처방을 그대로 싣기도 했습니다.7 또 다른 조향서의 "수지 앰버 어코드"는 벤조인·스티락스·라브다넘·시스투스를 섞습니다.8 한 평론가는 시판 앰버 향수를 두고 "이것은 용연향이 아니라, 시스투스와 바닐린을 비롯한 여러 수지·향유를 섞은 조합"이라고 콕 집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9 조향사에 따라 여기에 통카·스파이스·우드, 때로는 아주 미량의 시벳 같은 동물성 향을 더해 깊이를 주며 저마다의 앰버를 만듭니다.7 그래서 "앰버"는 하나의 병에 든 원료가 아니라, 조향사마다 다르게 짓는 레시피에 가깝습니다. 같은 앰버라도 어떤 향수에서는 달콤하고 포근하게, 어떤 향수에서는 어둡고 스모키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합성 앰버 — 앰브록산

현대 향수의 앰버에는 합성 분자도 크게 기여합니다. 대표가 앰브록산(Ambroxan, 앰브록사이드)입니다. 피르메니히의 화학자들이 클라리 세이지(Salvia sclarea)에서 얻는 스클라레올로부터 합성해 낸 이 분자는, 원래 향유고래 용연향의 향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10 클라리 세이지는 라브다넘과도 잘 어울리는 향으로, 앰버 계열과 인연이 깊습니다.11 짭짤하고 미네랄 같으며 우디하고 투명한 앰브록산은, 동물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용연향의 대안이 되었고, 2010년대 이후 수많은 대중 향수의 바탕이 되었습니다.10 세톨록스(Cetalox) 같은 값싼 앰버 분자들도 널리 쓰입니다.12 천연 수지의 따뜻함과 합성 앰버의 투명한 온기가 어우러져, 오늘날의 앰버가 만들어집니다.

[1]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Ambre Extrême"·"Ambre Eternel" 등 평. 향수의 앰버가 목걸이용 화석 호박(향 없음)이나 용연향과 다른, 시스투스·바닐린 등을 섞은 수지 조합이며 마그레브·중동 시장의 대표 향이라고 설명합니다.

[2] Wikipedia, "Labdanum" 및 라브다넘 채취 자료. 라브다넘이 지중해 록로즈(Cistus ladanifer)의 수지이며 염소·양 털에서 빗어내거나 크레타의 라다니스테리온으로 채취하고, 스페인이 약 80%를 생산하며 향이 짙은 수지·꿀·타르·짭짤한 온기로 용연향을 닮았다고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abdanum

[3]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Glossary of Materials and Terms". 시스투스 라브다넘을 록로즈의 잎·가지에서 얻는 수지로, 달콤한 우디 향에 스모키·가죽 같은 결이 도는 "전통적인 앰버 재료"로 정의합니다.

[4]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라브다넘(시스투스) 단원. 안달루시아 한여름 밭에서 로마(집시) 가족이 시스투스 가지를 드럼에 삶아 라브다넘 검을 고아 내는 고된 손노동의 장면을 전합니다.

[5]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The Calculus of Fixation". 벤조인이 Styrax tonkinense 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흘러나오는 수지로, 부드럽고 달콤하며 따뜻하고 발사믹·파우더리하게 마무리되어 거의 무엇과도 어울리며 오리엔탈 향의 좋은 고정제라고 설명합니다.

[6] 앰버 어코드 자료 및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용어. 앰버가 라브다넘·벤조인·바닐라를 기본으로 스티락스 등을 더한 조합이며, 수지들이 달콤함과 고정력을 함께 준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abdanum

[7]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Amber". 앰버 노트가 라브다넘에 스티락스·바닐라·시벳·벤조인을 엮어 만든 것이며 오리엔탈 계열의 강력한 고정제라고 설명하고, "라브다넘 30방울·벤조인 120방울·바닐라 6방울"의 소박한 앰버 처방을 싣습니다.

[8] Leonard Payne, Perfume Accords, "Resinous Amber Accord". 수지 앰버 어코드가 벤조인·스티락스·라브다넘·시스투스를 섞어 만들어진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9]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Ambre Extrême"(L'Artisan) 평. 시판 앰버가 용연향이 아니라 시스투스·바닐린 등 여러 수지·향유를 섞은 조합이라고 설명합니다.

[10] 앰브록산·향료 화학 자료. 앰브록산(앰브록사이드)이 클라리 세이지의 스클라레올로부터 합성되어 용연향을 재현하며, 짭짤·미네랄·우디한 향으로 2010년대 이후 대중 향수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www.fragrantica.com/notes/Ambroxan-563.html

[11] Mandy Aftel, Essence & Alchemy, 블렌딩 자료. 클라리 세이지가 라브다넘 등과 잘 어울려 앰버 계열과 인연이 깊은 향이라는 점을 정리합니다.

[12] 앰버 합성 원료 자료. 세톨록스(Cetalox) 등 값싼 앰버·앰브록스 계열 분자가 대중 향수에 널리 쓰인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www.fragrantica.com/notes/Ambroxan-563.html

앰버를 더 깊게 읽기

향수 역사앰버, 오리엔탈 향수의 심장고대의 수지향에서 1925년 샬리마와 오리엔탈 장르의 탄생, 타부·오피움의 계보, 세르주 루텐의 현대 앰버, 그리고 앰브록산의 시대까지 — 앰버가 향수의 역사에 남긴 자리를 따라갑니다. 향 문화따뜻함의 상징, 그리고 세 가지 앰버의 혼동따뜻함과 포근함의 향으로서의 앰버, 화석 호박·용연향·앰버 어코드라는 세 이름의 혼동, 바다의 보물 용연향의 신화, 그리고 중동 시장의 앰버까지 — 앰버의 문화를 정리합니다. 향 원료앰버는 하나의 향료가 아니다 — 라브다넘과 앰버 어코드앰버(amber)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 화석 호박·용연향과의 혼동, 뼈대가 되는 라브다넘 수지, 벤조인과 바닐라의 조합, 그리고 합성 앰버 앰브록산까지 원료의 길을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