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은 향수의 어휘 안에서 두 개의 서로 매우 다른 문화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한쪽에는 동아시아의 매화와 매실이 있습니다. 세한삼우의 매화, 매실청과 매실주, 우메보시와 우메슈 — 조선의 문인과 일본의 시골 부엌이 오래도록 사랑해 온 결입니다. 다른 한쪽에는 유럽의 자두 잼과 프룬 케이크, 발칸의 슬리보비츠, 프랑스의 프룬 콤포트가 있습니다. 두 문화의 오랜 자리가 향수의 "플럼"이라는 한 단어 뒤에 조용히 접혀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그 결들을 정리합니다. 플럼이 어떻게 향료가 되는지는 원료 페이지에서, 1944년 팜므 이래의 향수사는 역사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동아시아의 매화 — 세한삼우
동아시아 문화 안에서 **매화(梅花, Prunus mume 의 꽃) 는 매우 오래된 상징입니다. 소나무와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위 속 세 벗)** 로 묶여, 겨울 끝의 눈 속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이 나무는 어려움 속의 의연함과 지조의 상징이었습니다.1 송나라의 문인들이 매화를 소재로 무수한 시를 짓고 화가들이 매화도를 그렸으며, 조선의 사대부들도 자신의 서재 이름에 "매(梅)" 자를 넣거나 정원에 매화 나무를 심어 이 상징을 곁에 두었습니다. 이황이 지은 매화시 108수와 김홍도의 매화도, 그리고 신윤복의 매화 그림들이 이 오랜 문화의 결을 보여 줍니다. 매화가 피는 겨울 끝 이른 봄 정원의 그 청량한 향은, 향수의 플럼 노트가 어른의 향수에 자주 얹히는 우아함의 정서적 뿌리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매실 — 청과 술과 장아찌
같은 나무에서 열리는 **매실(梅實, P. mume 열매) 은 한국 식문화 안에서 매우 특별한 자리를 지녀 왔습니다.2 특히 매실청은 한국 가정의 오래된 여름 준비물로, 6월 초 파릇한 청매실을 따서 설탕에 절여 몇 개월 발효시켜 만드는 이 노란빛 시럽은 배탈과 소화 불량에 쓰이는 상비약이자 여름 음료의 재료였습니다. 매실주(梅實酒**), 매실 장아찌, 매실 액을 넣은 냉면 국물까지 — 매실은 한국인의 여름을 지탱해 온 오래된 재료입니다. 향수 라벨의 "플럼"이 한국 소비자에게 특별한 결로 다가오는 이유는, 자기 어머니의 부엌에서 익어 간 매실청의 그 노란빛과 시큼한 단맛이 무의식적으로 함께 열리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우메 — 우메보시와 우메슈
일본에서도 같은 P. mume 는 우메(梅) 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습니다.3 그중에서도 우메보시(梅干し) 는 소금에 절여 만든 붉은 매실 절임으로, 일본 가정의 아침 상 위에 오래도록 함께해 온 반찬이자 매우 강한 문화적 상징입니다. 하얀 밥 위에 놓인 하나의 빨간 우메보시가 만들어 내는 시각 — 흔히 "일장기 도시락(日の丸弁当)"이라 불리는 — 은 일본 식문화의 오래된 아이콘입니다. 다른 방향으로는 우메슈(梅酒) 가 있습니다. 청매실을 설탕과 소주에 담가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우려낸 이 달콤한 술은 여름의 대표 음료로, 오늘도 일본 가정의 김치 냉장고에는 흔히 여러 해에 걸친 우메슈 병들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매실이 만들어 내는 시큼함과 단맛의 조합은 동아시아 삼국이 공유하는 여름의 감각입니다.
동양의 자두 — P. salicina
한국·일본·중국의 식문화 안에는 매화와 별개로 **동양 자두(P. salicina)** 가 함께 있습니다. 매화·매실이 겨울과 초여름의 상징이라면, 동양 자두는 한여름의 신선한 과일입니다. 한국 여름 시장의 붉고 노란 자두들, 아삭한 껍질과 즙 많은 살, 시원한 산미 — 이 감각은 유럽 자두(P. domestica)의 잼처럼 익은 결과는 매우 다른 방향입니다. 향수 라벨의 "플럼"은 대개 유럽 자두의 잼 같은 결을 기본으로 하지만, 아시아 소비자에게는 이 신선한 여름 자두의 결도 무의식적으로 함께 열립니다. 하나의 이름 뒤에 두 개의 서로 다른 결이 함께 접혀 있는 셈입니다.
유럽의 자두 잼 — 부엌의 오랜 재료
유럽에서 자두는 잼과 콤포트, 페이스트리와 케이크의 오래된 재료입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시골 요리 안에는 자두 클라푸티(clafoutis aux prunes), 프룬 타르트(tarte aux pruneaux), 자두 팬케이크 같은 오래된 디저트가 있고, 이 요리들은 늦여름과 가을의 부엌을 자두 잼이 익는 달콤한 냄새로 채워 왔습니다.4 특히 프랑스 남서부 아쟁(Agen) 지방의 프룬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특산품으로, 갈색으로 익어 말린 이 자두는 유럽 프룬 문화의 대명사입니다. 향수의 "플럼 노트"가 지닌 그 잼처럼 진한 단맛은, 이 유럽의 오래된 부엌 냄새 위에 놓여 있습니다.
발칸의 슬리보비츠 — 자두로 만드는 술
동유럽과 발칸 반도에서는 자두가 다른 방향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슬리보비츠(slivovitz) 는 자두를 발효시켜 증류한 브랜디로, 세르비아·불가리아·크로아티아·체코·슬로바키아 등의 문화 안에서 국민 술의 자리를 차지합니다.5 세르비아 정교회 슬라바(가족 성인 축일) 축제에는 반드시 이 슬리보비츠가 올라오고, 발칸 반도의 결혼식과 장례식과 명절의 자리에 언제나 이 자두 브랜디가 함께합니다. 향수의 플럼 노트가 종종 "약간 알코올 도는 발효된 결"을 지니는 것은, 이 슬리보비츠의 감각이 향수업의 무의식 안에 함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프르와 어른의 여성 — 팜므가 만든 이미지
향수의 세계에서 플럼은 오래도록 "성숙한 어른 여성의 향"의 상징이었습니다. 1944년 로샤스 팜므가 세운 이 이미지는 이후 80년 동안 여성 시프르 향수의 표준이 되었고, 오늘도 "팜므 스타일의 향수"라는 표현은 어른스러움과 관능, 절제된 우아함을 함께 데려옵니다. 젊은 여성의 첫 향수가 대개 프루티 플로럴이나 밝은 시트러스라면, 30대 이후의 여성이 자신의 시그니처 향으로 선택하는 향수에 자주 플럼이 자리하는 것은 이 오래된 문화적 코드의 흔적입니다. 플럼이라는 노트에 어딘가 어른의 감각이 붙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플럼'이라는 단어의 세 겹
향수 라벨에 "플럼"이 적혀 있을 때, 그것은 사실 세 겹의 문화적 이미지를 동시에 데려옵니다. 첫째는 동아시아의 매화와 매실 — 겨울 끝의 청량한 꽃 향, 여름의 매실청과 우메보시의 시큼한 단맛입니다. 둘째는 유럽의 자두 잼과 프룬 — 늦여름 부엌의 진한 단맛과 아쟁의 갈색 프룬입니다. 셋째는 팜므가 세운 어른의 시프르 여성 향수 — 1944년 파리 이래 이어져 온 관능적이고 절제된 우아함입니다. 좋은 플럼 향수는 이 세 겹 사이에서 하나의 감각 — "익은 과일 잼 한 숟가락의 따뜻한 어른스러움" — 을 향으로 정확하게 옮깁니다.
두 반구의 자매
플럼의 문화적 자리는 페어와 조금 비슷합니다. 같은 이름 아래 두 개의 매우 다른 열매(유럽 P. domestica 와 동아시아 P. salicina, 그리고 매화 P. mume)가 함께 있고, 두 반구의 서로 다른 오래된 문화가 향수의 한 단어 안에서 만납니다. 이 만남이 만들어 내는 결이 오늘 우리가 향수병을 열 때 만나는 플럼의 매력이고, 그 뒤에는 매화 시조와 매실청 항아리와 자두 잼 냄비와 슬리보비츠 잔이 조용히 함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향수병을 열 때 만나는 그 익은 자두의 진한 결 뒤에, 이 두터운 두 반구의 오래된 이야기가 조용히 함께 열립니다.
주
[1] "Prunus mume," Wikipedia; 동아시아 매화 문화 자료. 매화(梅花, Prunus mume)가 소나무와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묶여 겨울 끝의 눈 속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어려움 속의 의연함과 지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송나라 문인들의 시와 조선 사대부들의 정원 문화(이황의 매화시, 김홍도·신윤복의 매화도) 안에서 매우 깊은 문화적 자리를 지녀 온 배경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runus_mume
[2] 한국 매실 문화 자료. 한국 가정에서 매실청이 6월 초 파릇한 청매실을 설탕에 절여 몇 개월 발효시켜 만드는 오래된 여름 준비물로 자리잡아 왔고, 매실주·매실 장아찌·매실 액을 넣은 냉면 국물 등으로 한국인의 여름을 지탱해 온 오랜 재료라는 식문화의 배경을 정리합니다.
[3] "Umeboshi," Wikipedia; "Umeshu," Wikipedia. 일본에서 같은 P. mume 가 우메(梅)로 불리며 우메보시(소금에 절여 만든 붉은 매실 절임, "日の丸弁当"의 아이콘)와 우메슈(청매실을 설탕과 소주에 담가 우려낸 여름 술)로 일본 식문화 안에 깊이 자리잡아 왔다는 배경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Umeboshi
[4] "Plum," Wikipedia; 유럽 자두 요리 문화 자료. 프랑스와 독일 시골 요리의 자두 클라푸티(clafoutis aux prunes)·프룬 타르트(tarte aux pruneaux)·자두 팬케이크 같은 오래된 디저트, 그리고 프랑스 남서부 아쟁(Agen) 지방의 프룬이 중세부터 이어져 온 유럽 프룬 문화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온 배경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lum
[5] "Slivovitz," Wikipedia. 슬리보비츠가 자두를 발효시켜 증류한 브랜디로 세르비아·불가리아·크로아티아·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과 발칸 반도 문화 안에서 국민 술의 자리를 차지하며, 세르비아 정교회 슬라바(가족 성인 축일) 축제와 발칸의 결혼식·장례식·명절 자리에 언제나 함께해 온 오래된 자두 술 문화의 배경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livovit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