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원료

캐러멜과 볶은 견과의 화학, 프랄린

17세기 프랑스 디저트에서 온 이름이 향수의 어휘가 되기까지, 향료 사전에 '프랄린의 몸체'로 정식 등재된 말톨을 중심으로 통카 빈과 벤조인의 캐러멜, 헤이즐넛 톤 합성 분자까지 — 프랄린 어코드의 팔레트를 정리합니다.

프랄린 향수 노트 일러스트

프랄린은 향수 원료의 세계에서 특이한 자리에 있는 향료입니다. 자스민이나 로즈처럼 꽃에서 오지 않고, 페어나 플럼처럼 열매를 대신하는 어코드도 아닙니다. 프랄린은 본래 디저트의 이름이고, 향수업은 그 캐러멜과 볶은 견과의 감각을 여러 합성 분자와 천연 베이스 향료의 조합으로 다시 짜 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분자 하나는 향료 사전에 아예 "프랄린의 몸체"라는 별명으로 정식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그 분자와 조합의 세계를 따라갑니다. 프랄린이 향수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프라슬랭 백작에서 노이하우스 초콜릿까지의 디저트 문화와 1992년 앤젤 이래의 구르망 향수사는 문화 페이지역사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프랄린 정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랄린 어코드에는 자연 유래 원료가 사실상 없습니다. 프랄린은 원래 디저트의 이름이고, 그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설탕을 캐러멜화한 뒤 볶은 견과와 결합) 자체가 요리의 과정이지 식물학적 추출의 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1 그래서 향수업은 프랄린의 결을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이 감각을 만드는 여러 분자를 분석하고 다시 조립합니다. 그 뒤에는 캐러멜 톤을 만드는 합성 분자들, 통카 빈·벤조인·바닐라 같은 천연 베이스 향료, 그리고 헤이즐넛·아몬드·코코아의 견과 톤을 만드는 합성 분자들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말톨 — 향료 사전의 '프랄린의 몸체'

프랄린 어코드의 심장에는 말톨(maltol, 3-hydroxy-2-methyl-4H-pyran-4-one) 이라는 분자가 있습니다.2 이 분자는 너도밤나무 타르(beechwood tar)에서 처음 분리되었고, 맥아(malt)와 캐러멜에서 자연 발생합니다. 흰색 결정으로 만들어져 알코올에 잘 녹고, 향은 매우 특별합니다. 향료 사전은 이 분자의 향을 "지극히 달콤하고 후룻한 캐러멜 같은 향, 묽혔을 때는 딸기와 파인애플 같은 결" 로 정확히 묘사합니다. 그리고 같은 사전에는 이 분자의 별명이 정식 어휘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veltol, corps praline(프랄린의 몸체)." 향료 산업이 이 분자를 프랄린 어코드의 코어로 인정한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오늘 시장의 대부분의 프랄린 향수 안에 이 분자가 반드시 자리하고 있고, 이 분자 없이 프랄린 어코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말톨의 사촌들 — 캐러멜 톤 분자 가족

말톨은 혼자 쓰이지 않습니다. 조향사의 팔레트에는 그의 여러 사촌들이 함께 놓입니다.3

  • 에틸 말톨(ethyl maltol) — 말톨보다 훨씬 강력한 캐러멜 톤. 1992년 앤젤(Mugler)이 향수의 심장에 처음 대량으로 얹은 분자로, 이후 30년 넘게 구르망 향수의 지문 분자로 남았습니다.
  • 메틸 시클로펜테놀론(methyl cyclopentenolone, 사이클로테네) — "타거나 캐러멜화된 설탕"의 결. 오븐에서 갓 나온 캐러멜 사탕의 감각을 만듭니다.
  • 푸라네올(furaneol) — 딸기·파인애플·캐러멜이 함께 도는 결. 실제 딸기잼과 캐러멜 사이의 애매한 결을 만드는 분자.
  • 황 동족체 분자들 — 말톨과 화학적으로 비슷하지만 황을 함유해 조금 다른 캐러멜 결을 냄. 극히 미량만 사용됨.

이 분자들이 미묘하게 다른 비율로 결합될 때, 향수 안의 프랄린은 "가벼운 캐러멜 광택"부터 "진한 디저트의 결"까지 매우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줍니다.

통카 빈 — 프랄린의 천연 베이스

프랄린 어코드의 가장 중요한 천연 베이스가 **통카 빈(Tonka bean, Dipteryx odorata) 입니다.4 이 열대 콩과 식물의 씨앗은 발효 과정에서 표면에 하얀 결정 — 쿠마린(coumarin)** — 이 맺히고, 이 쿠마린이 통카의 특징적인 결(파우더리하고 갓 벤 건초 같은, 살짝 바닐라 도는 따뜻함)을 만들어 냅니다. 통카 앱솔루트는 캐러멜·바닐라·헬리오트로프와 결합하면 프랄린 어코드의 "따뜻한 디저트 베이스"의 심장이 됩니다. 다만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통카 빈 앱솔루트의 향 대부분이 쿠마린 하나에서 오기 때문에, 순수 합성 쿠마린만 사용한 향수와 진짜 통카 빈을 쓴 향수의 차이가 실제로는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5 이 지점이 프랄린 어코드의 가장 흥미로운 화학적 성질 중 하나입니다.

벤조인과 바닐라 — 캐러멜 어코드의 조화

프랑스 조향사 장-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 는 자신의 조향 일기에서 캐러멜 어코드의 정의를 매우 간결하게 남겼습니다: "통카 빈 앱솔루트와 벤조인 레지노이드 모두가 캐러멜을 환기시킨다. 그 후각적 환영(olfactory illusion)은 바닐린과 메틸 시클로펜테놀론을 결합함으로써 완성된다."6 이 한 문장이 향수업의 캐러멜·프랄린 어코드의 표준 처방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벤조인 레지노이드는 동남아시아 라오스·태국·수마트라의 Styrax 나무 수지에서 얻은 향료로 "바닐라·계피·약간 탄 설탕 같은 결"을 지녔고, 바닐라 앱솔루트는 부드럽고 따뜻한 단맛의 가장 친숙한 베이스입니다. 이 세 재료가 말톨과 만나면 프랄린 어코드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헤이즐넛과 아몬드 — 견과 톤의 분자들

프랄린 어코드의 "견과 결"은 별도의 분자 팔레트가 담당합니다.7 대표적인 재료는 페닐-n-프로필 케톤으로, 향료 사전이 "버터리-크리미하고 너트 같은 향, 약하게 쿠마린을 닮은 결"로 묘사하는 이 분자가 호두·헤이즐넛·버터스카치 어코드의 심장 재료입니다. 이소아밀 벤조에이트는 사과·비터 아몬드·체리·코코아·헤이즐넛·복숭아·플럼·럼 어코드 모두에 보조로 쓰이는 다재다능한 분자이고, 여기에 벤즈알데하이드(비터 아몬드), 코코아 앱솔루트, 코코넛 락톤(γ-노나락톤) 이 더해지면 프랄린 어코드의 견과 심장이 완성됩니다. 조향사가 어떤 견과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 분자들의 비율을 조절해 헤이즐넛 프랄린, 아몬드 프랄린, 초콜릿 프랄린 같은 서로 다른 프랄린을 만들어 냅니다.

음식 분자와 향수 분자가 만나는 자리

프랄린 어코드에서 흥미로운 지점 하나는, 이 어코드에 쓰이는 대부분의 합성 분자가 식품 산업과 향수 산업에서 그대로 공유되는 분자라는 점입니다.8 말톨·에틸 말톨·푸라네올·사이클로테네는 모두 미국 FDA의 GRAS 카테고리에 속해 식품 향료로 오래도록 쓰여 왔고, 갓 구운 빵과 캐러멜 사탕과 로스팅 커피의 향을 만드는 데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러니 향수병 안의 프랄린과 캔디 봉지 안의 캐러멜이 화학적으로 거의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 이중 사용이 프랄린 향수가 유난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을 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카 빈의 산지 — 아마존과 그 유역

프랄린 어코드에 자연 유래 원료가 하나 있다면 통카 빈입니다. 이 열대 콩과 식물은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유역이 원산지로, 베네수엘라·가이아나·브라질·오리노코 유역의 열대림에서 자랍니다.9 나무는 25미터 넘게 자라고, 매년 수확되는 씨앗은 지역 농부들이 직접 채집해 발효시킵니다. 발효 과정에서 씨앗 표면에 쿠마린 결정이 맺히면, 이 씨앗은 그대로 건조되어 세계 향료 시장에 유통됩니다. 한국의 향수 소비자가 프랄린 향수를 뿌릴 때, 그 향의 뒤에는 아마존 열대림의 이 특이한 씨앗이 조용히 함께 있습니다.

안전성 — 관리되는 재료

프랄린 어코드에 쓰이는 대부분의 재료는 향수 사용 농도에서 안전한 재료로 분류됩니다. 다만 통카 빈의 주성분인 쿠마린은 소량의 감작성 반응이 보고되어 국제향료협회(IFRA)의 사용량 관리 대상이고, 미국 FDA는 식품 첨가제로서의 쿠마린 사용을 오래전에 금지했습니다(향수·화장품 사용에는 문제없음). 그래서 오늘의 향수업은 통카 빈 대신 순수 합성 쿠마린을 관리된 농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일리 향수의 사용 농도에서는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료입니다.

디저트가 분자가 되고, 분자가 다시 디저트가 되는 순환

프랄린 어코드의 세계는 향수업과 식문화가 화학의 언어를 매개로 만나는 자리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17세기 프랑스 요리사가 처음 만든 캐러멜 아몬드 디저트가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식문화가 되었고, 그 식문화의 감각을 분석한 20세기 향료 화학이 그 결을 하나하나 분자로 압축했으며, 다시 그 분자들이 오늘 향수병 안에 담겨 우리에게 300년 전 파리의 그 디저트의 감각을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향수병을 열 때 만나는 그 따뜻한 캐러멜과 볶은 견과의 결 뒤에는, 요리와 화학과 향수가 함께 이어져 온 이 조용한 순환이 있습니다.

[1] Karen Gilbert, Perfume: The Art and Craft of Fragrance, 구르망 어코드 단원. 프랄린이 원래 디저트의 이름이며, 그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설탕을 캐러멜화한 뒤 볶은 견과와 결합)이 요리의 과정이지 식물학적 추출의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향수업이 프랄린의 결을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여러 합성 분자와 천연 베이스 향료의 조합으로 다시 짜 낸다는 산업 실무의 정리입니다.

[2] W. A. Poucher & A. J. Jouhar, Poucher's Perfumes, Cosmetics and Soaps, Vol. 1: The Raw Materials of Perfumery, "Maltol" 단원. 말톨(3-hydroxy-2-methyl-4H-pyran-4-one)이 너도밤나무 타르에서 처음 분리되었고 맥아와 캐러멜에 자연 발생하며, 그 향이 "지극히 달콤하고 후룻한 캐러멜 같은 향, 묽혔을 때는 딸기와 파인애플 같은 결"로 묘사되고, 향료 사전에 이 분자의 별명이 "veltol, corps praline(프랄린의 몸체)"로 정식 등재되어 있어 향료 산업이 이 분자를 프랄린 어코드의 코어로 인정한다는 실무의 정리입니다.

[3] Günther Ohloff, Wilhelm Pickenhagen, Philip Kraft, Scent and Chemistry: The Molecular World of Odors, Fig. 3.29 "typical caramel odorants" 단원. 말톨과 함께 에틸 말톨·메틸 시클로펜테놀론(사이클로테네)·푸라네올·황 동족체 분자들이 미묘하게 다른 캐러멜 결을 만드는 팔레트를 이루며, 이 분자들의 비율이 조향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때 향수 안의 프랄린이 "가벼운 캐러멜 광택"부터 "진한 디저트의 결"까지 매우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준다는 화학적 정리입니다.

[4] Steffen Arctander, Perfume and Materials of Natural Origin, "Tonka Bean"·"Tonka Absolute" 단원. 통카 빈(Dipteryx odorata)이 남아메리카 열대 콩과 식물의 씨앗으로 발효 과정에서 표면에 쿠마린 결정이 맺히며, 통카 앱솔루트가 "파우더리하고 갓 벤 건초 같은, 살짝 바닐라 도는 따뜻함"의 결로 캐러멜·바닐라·헬리오트로프와 결합해 프랄린 어코드의 따뜻한 디저트 베이스의 심장이 된다는 실무의 정리입니다.

[5]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Fève Délicieuse (Dior)" 단원. 통카 빈 앱솔루트의 향 대부분이 쿠마린 하나에서 오기 때문에 순수 합성 쿠마린만 사용한 향수와 진짜 통카 빈을 쓴 향수의 차이가 실제로는 크지 않다는 향수 평론의 비판적 관찰이며, 이 지점이 프랄린 어코드의 가장 흥미로운 화학적 성질 중 하나라는 비평의 정리입니다.

[6] Jean-Claude Ellena, The Diary of a Nose: A Year in the Life of a Parfumeur, "CARAMEL" 단원. 프랑스 조향사 장-클로드 엘레나가 캐러멜 어코드의 표준 처방을 "통카 빈 앱솔루트와 벤조인 레지노이드 모두가 캐러멜을 환기시킨다. 그 후각적 환영(olfactory illusion)은 바닐린과 메틸 시클로펜테놀론을 결합함으로써 완성된다"고 간결하게 정의한 조향 일기의 정리입니다.

[7] Steffen Arctander, Perfume and Flavor Chemicals, "Phenyl-n-propyl ketone"·"iso-Amyl benzoate" 단원. 프랄린 어코드의 견과 결이 페닐-n-프로필 케톤(버터리-크리미하고 너트 같은 향, 호두·헤이즐넛·버터스카치 어코드의 심장)과 이소아밀 벤조에이트(사과·비터 아몬드·체리·코코아·헤이즐넛·복숭아·플럼·럼 어코드에 두루 쓰이는 다재다능한 분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며, 벤즈알데하이드·코코아 앱솔루트·코코넛 락톤이 함께 얹혀 견과 심장이 완성되고 조향사가 어떤 견과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헤이즐넛 프랄린·아몬드 프랄린·초콜릿 프랄린 같은 서로 다른 프랄린이 나온다는 실무의 정리입니다.

[8] Poucher, Raw Materials of Perfumery, "Maltol" 단원 및 Ohloff et al., Scent and Chemistry. 프랄린 어코드에 쓰이는 대부분의 합성 분자(말톨·에틸 말톨·푸라네올·사이클로테네)가 미국 FDA의 GRAS 카테고리에 속해 식품 향료로 오래도록 쓰여 왔고, 갓 구운 빵·캐러멜 사탕·로스팅 커피의 향을 만드는 데 반복해서 등장하며, 향수병 안의 프랄린과 캔디 봉지 안의 캐러멜이 화학적으로 거의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는 산업 실무의 정리입니다.

[9] Dominique Roques, In Search of Perfumes: A Lifetime Journey to the Source of Nature's Scents, 통카 빈 단원. 통카 빈이 남아메리카 아마존 유역의 베네수엘라·가이아나·브라질·오리노코 유역 열대림에서 자라는 열대 콩과 식물의 씨앗이며, 나무는 25미터 넘게 자라고 매년 수확되는 씨앗을 지역 농부들이 직접 채집해 발효시킨 뒤 표면에 쿠마린 결정이 맺히면 그대로 건조되어 세계 향료 시장에 유통되는 산지 실무의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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