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원료

오렌지블라썸은 어떻게 향이 되나 — 용매로 뽑는 달콤한 백화

오렌지블라썸(오렌지꽃)이 어떻게 향료가 되는지 — 네롤리와 같은 꽃, 앙플뢰라주에서 용매 추출로, 네롤리 비가라드와 페탈, 인돌과 메틸 안트라닐레이트가 만드는 관능, 낮은 수율까지 원료의 길을 따라갑니다.

오렌지블라썸 향수 노트 일러스트

오렌지블라썸(오렌지꽃)은 향수에서 가장 달콤하고 관능적인 흰 꽃 향 중 하나입니다. 네롤리와 정확히 같은 쓴오렌지 꽃에서 나오지만, 추출 방식이 달라 네롤리가 맑고 산뜻하다면 오렌지블라썸은 달콤하고 농밀합니다. 이 페이지는 그 향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따라갑니다. 오렌지블라썸이 향수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신부의 꽃으로서의 문화는 문화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네롤리와 같은 꽃, 다른 추출

오렌지블라썸과 네롤리는 모두 쓴오렌지(Citrus aurantium)의 꽃에서 나옵니다. 차이는 추출 방식에 있습니다. 같은 꽃을 수증기로 증류하면 맑고 초록빛 도는 네롤리가 되고, 휘발성 용매로 추출하면 더 달콤하고 꿀 같은 오렌지블라썸 앱솔뤼가 됩니다.1 증류는 열로 가벼운 성분만 살아나는 반면, 용매 추출은 열을 쓰지 않아 무겁고 달콤한 성분까지 붙잡습니다(네롤리의 자세한 이야기는 네롤리 원료 페이지 참고).

앙플뢰라주 — 사라진 명품 추출

오렌지꽃은 재스민처럼 향이 섬세해, 과거에는 기름에 향을 재우는 앙플뢰라주(냉침법)로 향을 얻었습니다. 조향사 맨디 애프텔은 냉침법으로 얻은 꽃 페이스트의 품질이 다른 어떤 향료보다 뛰어났으나, 오늘날에는 용매 추출로 대체되었다고 적었습니다.2 옛 향료서도 오렌지꽃 오일이 "물로 증류한 것"과 "기름에 재워 알코올로 뽑은 것"의 향이 서로 다르며, 후자(앙플뢰라주 추출물)는 그 자체로 팔리기보다 곧바로 향수 배합에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3

네롤리 비가라드와 네롤리 페탈

옛 향료서는 오렌지꽃 향료를 여러 등급으로 나눴습니다. 가장 값진 것은 진짜 쓴오렌지(세비야 오렌지) 꽃에서 얻는 "네롤리 비가라드(néroli bigarade)"이고, 꽃받침 등 화피를 걷어 내고 꽃잎만 증류한 "네롤리 페탈(néroli pétale)"이 그다음입니다.4 이 오렌지꽃 오일들은 향료 중에서도 유난히 섬세해, 신선할 때는 무색이지만 빛과 공기에 닿으면 붉게 변하며 빠르게 수지화(변질)됩니다. 그래서 어둡고 서늘한 곳에 잘 막아 보관해야 합니다.5

인돌과 메틸 안트라닐레이트 — 관능의 성분

오렌지블라썸이 네롤리보다 관능적인 데에는 성분상의 이유가 있습니다. 용매로 얻은 앱솔뤼에는 인돌(indole)이 더 많이 남는데, 인돌은 재스민 같은 흰 꽃에 공통으로 든, 홀로 맡으면 어둡고 살짝 동물적인 분자입니다.6 여기에 포도·오렌지꽃 같은 향을 내는 메틸 안트라닐레이트(methyl anthranilate)가 더해져, 달콤하면서도 깊은 관능이 생깁니다.7 맑고 깨끗한 네롤리와 달리, 오렌지블라썸이 "달콤하면서도 살짝 지저분한(dirty)" 백화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분 분석 — 리날로올과 무거운 분자들

오렌지블라썸 앱솔뤼는 100가지가 넘는 향 분자가 얽힌 복합체입니다. 성분을 보면 리날로올이 약 20~30%로 가장 많고, 메틸 안트라닐레이트(2~10%), 인돌(1~3%), 페닐에틸 알코올, 네롤리돌, 파르네솔 등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8 증류로 걸러지지 않은 이 무거운 분자들이, 오렌지블라썸 특유의 꿀 같고 왁스 같은 깊이를 만듭니다.

증류 네롤리와의 차이

같은 꽃이라도 증류한 네롤리와 용매로 뽑은 앱솔뤼는 성분과 향이 뚜렷이 다릅니다. 네롤리는 리날로올과 리날릴 아세테이트가 중심이라 밝고 산뜻하고, 오렌지블라썸 앱솔뤼는 무거운 분자가 그대로 남아 더 어둡고 왁스 같고 깊이 꿀 같습니다.9 조향사는 이 둘을 목적에 따라 나눠 써, 산뜻한 첫인상에는 네롤리를, 달콤하고 관능적인 백화에는 오렌지블라썸을 씁니다.

봄에 따는 값비싼 백화 — 낮은 수율

오렌지블라썸은 손이 많이 가는 귀한 원료입니다. 쓴오렌지 나무는 봄에 흰 꽃을 피우는데, 향이 가장 좋을 때 꽃을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고 딴 뒤 금세 시들어 빠르게 추출로 이어져야 합니다. 꽃 1톤에서 얻는 앱솔뤼가 겨우 1.2~1.4kg에 불과할 만큼 수율이 낮아, 좋은 오렌지블라썸 앱솔뤼는 값이 상당히 높습니다.10 그래서 대중적인 향수는 합성 분자로 결을 보완하고, 고급 향수는 천연 앱솔뤼를 넉넉히 씁니다.

향 프로파일 — 달콤하고 관능적인 백화

오렌지블라썸의 향은 달콤하고 꿀 같으며, 재스민을 닮은 인돌릭한 깊이와 살짝 초록빛 도는 결을 함께 지닙니다.11 프리미에르 푸 같은 향료 자료도 오렌지블라썸 앱솔뤼를 네롤리보다 더 꿀 같고 관능적인 백화로 설명합니다.12 이런 농밀함 덕분에 오렌지블라썸은 화려한 플로럴의 심장으로 쓰입니다.

향수에서의 쓰임

오렌지블라썸은 향에 달콤하고 관능적인 흰 꽃의 깊이를 더하는 재료로, 재스민·튜베로즈 같은 백화와 잘 어울립니다. 산뜻한 네롤리가 향의 첫머리를 열면, 오렌지블라썸은 향의 심장에서 달콤한 관능을 채웁니다. 오렌지블라썸이 다른 노트와 어떻게 어울리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1]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네롤리·오렌지블라썸 관련 평). 쓴오렌지 꽃을 증류하면 맑은 네롤리, 용매로 추출하면 재스민을 닮은 달콤한 오렌지블라썸이 되며 오렌지블라썸이 더 관능적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

[2] Mandy Aftel, Essence & Alchemy(향료 추출 단원). 냉침법(앙플뢰라주)으로 얻은 꽃 페이스트의 품질이 다른 어떤 향료보다 뛰어났으나 오늘날 용매 추출로 대체됐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3] George W. Askinson, Perfumes and Their Preparation(오렌지꽃 오일 단원). 오렌지꽃 오일이 물로 증류한 것과 기름에 재워 알코올로 뽑은 것의 향이 다르며, 후자(앙플뢰라주 추출물)는 곧바로 향수 배합에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4] George W. Askinson, Perfumes and Their Preparation(오렌지꽃 오일 단원). 가장 값진 "네롤리 비가라드"가 진짜 쓴오렌지 꽃에서, "네롤리 페탈"이 화피를 걷어 낸 꽃잎만 증류해 얻어진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5] George W. Askinson, Perfumes and Their Preparation(오렌지꽃 오일 단원). 오렌지꽃 오일이 신선할 때 무색이지만 빛·공기에 닿으면 붉게 변하며 빠르게 수지화되어 어둡고 서늘한 곳에 잘 막아 보관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6] PubChem, "Indole." 인돌이 재스민 등 흰 꽃에 공통으로 들어 홀로 맡으면 어둡고 동물적인 향을 내는 분자라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pubchem.ncbi.nlm.nih.gov/compound/Indole

[7] PubChem, "Methyl anthranilate." 메틸 안트라닐레이트가 포도·오렌지꽃 같은 향을 내는 성분으로 용매 추출 오렌지블라썸에 더 많이 남는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pubchem.ncbi.nlm.nih.gov/compound/Methyl-anthranilate

[8] I Make Scents, "Neroli oil and orange blossom absolute." 오렌지블라썸 앱솔뤼가 리날로올 약 20~30%를 중심으로 메틸 안트라닐레이트(2~10%)·인돌(1~3%)·페닐에틸 알코올·네롤리돌·파르네솔 등 100여 성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imakescents.wordpress.com/2016/12/29/part-3-orange-blossom-absolute-and-neroli-oil/

[9] Fragrantica, "Neroli vs Orange Blossom in Perfumery." 증류한 네롤리가 리날로올 중심으로 밝고, 용매 추출 오렌지블라썸 앱솔뤼는 무거운 분자가 남아 더 어둡고 왁스 같고 꿀 같다는 차이를 정리합니다. https://www.fragrantica.com/news/Neroli-vs-Orange-Blossom-in-Perfumery-15054.html

[10] IFF LMR, "Orange Flower Absolute Egypt." 오렌지블라썸 앱솔뤼가 꽃 1톤에서 약 1.2~1.4kg만 나오는 낮은 수율의 값비싼 원료라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www.iff.com/scent/lmr-compendium/orange-flower-absolute-egypt/

[11] Ken Druse · Ellen Hoverkamp, The Scentual Garden(오렌지꽃 단원). 오렌지꽃 향이 달콤하고 꿀 같으며 재스민을 닮은 인돌릭한 깊이와 초록빛 결을 함께 지닌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12] Wikipedia, "Neroli"·"Orange blossom". 오렌지블라썸 앱솔뤼가 네롤리보다 더 꿀 같고 관능적인 백화로 화려한 플로럴의 심장에 쓰인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Ner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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