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역사

시프레의 역사, 오크모스의 역사

키프로스섬의 향 무역과 이름의 뿌리, 르네상스의 '키프로스 새'와 시프레 가루, 1917년 코티의 시프레와 20세기 명작, 그리고 IFRA 규제가 부른 시프레의 위기까지 — 오크모스가 지나온 역사를 따라갑니다.

오크모스의 역사는 곧 "시프레(chypre)"라는 한 향수 장르의 역사입니다. 지중해 섬 키프로스에서 이름을 얻은 이 향은, 르네상스의 훈향에서 1917년의 걸작 향수로, 다시 20세기 향수의 뼈대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는 규제 속에서 살아남기를 애쓰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오크모스가 지나온 그 긴 시간을 따라갑니다. 오크모스가 어떻게 향료가 되는지는 원료 페이지에서, 향의 상징은 문화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키프로스의 향 — 이름의 뿌리

"시프레"는 프랑스어로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Chypre, Cyprus)를 뜻합니다. 동방과 서방이 만나는 교차로에 있던 이 섬은 오래도록 향 무역의 중심이었고, 오크모스 향을 입힌 장갑으로 이름났습니다.1 키프로스의 향은 이집트와 아시아에서 온 수지·향신료에 라브다넘 같은 지중해의 향을 엮은 것으로,2 시프레라는 향 구조의 뿌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이야기됩니다.1 오크모스는 처음부터 이 "지중해의 향"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키프로스의 새와 시프레 가루

르네상스 시대에는 "키프로스의 새(oiselets de Chypre)"라 불린 고형 향이 있었습니다. 향료 반죽을 새 모양으로 빚어 불에 던져 넣어, 방 안의 공기를 향기롭게 하고 나쁜 기운(미아즈마)을 몰아낸다고 여겼습니다.2 16세기에는 오크모스 가루를 향료로 쓴 "시프레 가루(poudre de chypre)"가 유행했습니다.2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파리의 향료상들은 가발 가루와 포푸리, 여러 향분(香粉)과 함께 "키프로스 가루"를 재고로 갖추고 있었습니다.3 오크모스의 짙은 초록 향은 이렇게 훈향과 화장 가루의 형태로 오래도록 유럽의 생활에 스며 있었습니다.

1917, 코티의 시프레

오크모스의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은 1917년입니다. 조향의 거장 프랑수아 코티(François Coty)가, 오래도록 충분히 쓰이지 못하던 시프레의 핵심 요소를 새롭게 다듬어 향수 시프레(Chypre)를 내놓은 것입니다.4 이 향수는 워낙 성공적이어서 "그 계열의 첫 작품"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20세기의 수많은 향수가 참고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4 코티는 이미 라 로즈 자크미노로 장미를, 앙브르 앙티크로 앰버를 새롭게 빚어 낸 뒤였고, 시프레는 그 연장선에서 오크모스의 초록을 향수의 중심에 세운 작품이었습니다.5 향수 용어에서 "시프레"는 이때부터 오크모스·시스투스 라브다넘·베르가못을 엮은 향 구조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6

시프레의 계보 — 미츠코에서

코티의 시프레 이후, 시프레는 하나의 거대한 계보를 이뤘습니다. 1919년 겔랑의 미츠코(Mitsouko)는 한 평론가가 "역대 최고의 향수"로 꼽을 만큼 시프레의 기준작이 되었고,7 이후 시프레는 플로럴 시프레, 프루티 시프레, 레더 시프레 등 여러 갈래로 나뉘며 20세기 향수의 큰 흐름을 이뤘습니다.6 갈래는 달라도 고전 시프레의 뼈대는 한결같이 베르가못·오크모스·패출리·라브다넘의 어코드였고,8 그 공통된 바탕에는 언제나 오크모스의 쓰고 마른 초록빛이 있었습니다.

남성 향의 뼈대

오크모스는 특히 남성 향의 뼈대였습니다. 한 평론가는 오크모스가 "대부분의 남성 향의 뼈대로, 복합적인 우디-허벌 어코드와 고정 효과를 주었다"고 적었습니다.9 시프레와 푸제르(고사리) 계열의 고전 남성 향들은 대부분 오크모스의 마른 초록 위에 세워졌습니다. 밝은 시트러스, 향긋한 라벤더, 따뜻한 앰버 사이에서 오크모스는 향에 그늘과 깊이, 그리고 오래가는 힘을 주었습니다.

IFRA와 시프레의 위기

21세기 들어 오크모스의 역사는 위기를 맞습니다. 오크모스의 아트라놀·클로로아트라놀이 피부 알레르겐으로 밝혀지면서 IFRA와 유럽연합이 사용을 크게 제한했기 때문입니다(자세한 규제는 원료 페이지 참고). 한 평론가는 이를 "최근 IFRA 규제 가운데 가장 뼈아픈 것"이라 부르며, 조향사들이 오크모스를 포기하고 여러 우디 앰버로 대체하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9 그 결과 미츠코를 비롯한 수많은 고전 시프레가 재조합(reformulation)을 거치며 원래의 모습을 잃었습니다.10 "잉크 같은 초록"의 뼈대가 사라지자, 시프레라는 장르 자체가 흔들린 것입니다.

사라진 향을 되살리려는 움직임

그럼에도 오크모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고전들을 원래의 처방으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평론가는 이런 복원이 언젠가 IFRA 규정 바깥에서, 경고 표시를 단 채로라도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며, 되살아난 옛 향수 브랜드(르 자르댕 르트루베 등)를 "황금기의 기념물"이라 불렀습니다.10 규제 속에서도 오크모스의 깊은 초록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는 한, 시프레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참나무에 붙어 온 시간

오크모스의 역사는 "이름을 남긴 향"의 역사입니다. 키프로스라는 섬의 이름이 하나의 향수 장르가 되고, 그 장르가 20세기 향수의 절반을 떠받쳤습니다. 향수 속 오크모스의 쓰고 마른 초록 향을 맡을 때, 우리는 지중해의 섬에서 시작된 이 긴 이야기를 함께 맡는 셈입니다.

[1] 시프레·키프로스 향 무역 자료(The Perfume Society 외). 동서 교차로에 있던 키프로스가 오크모스 향을 입힌 장갑으로 이름났고 향 무역의 중심이었으며, 시프레 구조의 뿌리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perfumesociety.org/fragrance-families/chypre/

[2] 시프레 역사 자료(carrementbelle 외). 르네상스의 "키프로스의 새(oiselets de Chypre)"를 불에 던져 향과 정화에 썼고, 16세기에 오크모스 가루를 향료로 쓴 "시프레 가루(poudre de chypre)"가 유행했으며, 키프로스 향이 이집트·아시아의 수지·향신료에 라브다넘을 엮은 것이라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carrementbelle.com/blog/en/2020/07/29/chypre-perfume-origins-cyprus-olfactory-family/

[3] Robert Muchembled, Smells: A Cultural History. 17세기 후반~18세기 파리의 향료상이 가발 가루·포푸리와 함께 "키프로스 가루(Cyprus powder)"를 재고로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전합니다.

[4] Lizzie Ostrom, Perfume: A Century of Scents, "Chypre by Coty, 1917". 코티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던 시프레의 핵심을 새로 다듬어 성공시켜 "그 계열의 첫 작품"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20세기 향수의 기준점이 되었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5] Lizzie Ostrom, Perfume: A Century of Scents, "Chypre by Coty, 1917". 코티가 시프레 이전에 라 로즈 자크미노로 장미를, 앙브르 앙티크로 앰버를 새롭게 빚어 냈다는 점을 전합니다.

[6]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Glossary"·"What is a chypre?". 시프레가 1917년 코티의 시프레에서 이어지며 오크모스·시스투스 라브다넘·베르가못을 엮은 구조이고, 플로럴·프루티·레더 시프레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합니다.

[7]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 "Mitsouko"(Guerlain). 미츠코를 시프레의 기준작이자 역대 최고의 향수로 꼽은 대목을 전합니다.

[8] 시프레 어코드 자료(The Perfume Society 외). 고전 시프레가 베르가못·오크모스·패출리·라브다넘(시스투스)의 우디·모시 어코드로 이뤄진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perfumesociety.org/fragrance-families/chypre/

[9]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오크모스가 대부분의 남성 향의 뼈대로 복합적 우디-허벌 어코드와 고정 효과를 주었으나 IFRA 규제로 조향사들이 우디 앰버로 대체하게 된 맥락을 설명합니다.

[10]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 규제·재조합으로 고전 향수들이 원형을 잃었고, 언젠가 IFRA 규정 밖에서 복원이 이뤄질 것이며 되살아난 르 자르댕 르트루베 등이 "황금기의 기념물"이라는 점을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