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런트를 향료로 이해하려면 뜻밖의 사실 하나부터 알아야 합니다. 향수의 블랙커런트 향은 검은 열매가 아니라, 그 나무의 새순(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페이지는 블랙커런트가 어떻게 향료가 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블랙커런트가 향수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블랙커런트의 역사와 문화는 역사 페이지와 문화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블랙커런트라는 식물
블랙커런트는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인 관목 까막까치밥나무(Ribes nigrum)의 검은 열매로, 까치밥나무과(Grossulariaceae)에 속합니다.1 프랑스어로는 "카시스(cassis)"라 불립니다. 새콤달콤한 이 열매는 잼과 주스, 리큐어로 널리 쓰이지만, 향수에서 쓰는 "블랙커런트 향"의 출발점은 조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열매가 아니라 새순에서
향수의 블랙커런트 향료로 가장 귀하게 쓰이는 것은 카시스 새순 앱솔루트(bourgeon de cassis, 블랙커런트 버드 앱솔루트)입니다. 이것은 열매가 아니라 블랙커런트 나무의 눈(새순)에서 뽑아낸 향료입니다.2 전 세계 향수용 블랙커런트 새순의 약 90%가 프랑스 부르고뉴(버건디) 지방에서 나올 만큼, 이 지역이 카시스 새순의 중심지입니다.2 향수 산업에서 블랙커런트는 열매보다 이 눈과 잎에서 얻는 향이 훨씬 중요합니다.3
앱솔루트로 뽑다 — 추출
카시스 새순 향료는 증류가 아니라 용매로 뽑는 앱솔루트(absolute)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섬세한 새순을 용매로 추출해 왁스 같은 콘크리트를 얻고, 이를 알코올로 다시 뽑아 진한 향료를 얻습니다.4 이렇게 만든 카시스 새순 앱솔루트는 즙 많은 과일 같은 카시스의 달콤함, 갓 자른 풀 같은 초록빛, 그리고 톡 쏘는 특유의 날카로운 결이 한데 담긴 강렬한 향료입니다.4
톡 쏘는 향의 비밀 — 유황 싸이올
블랙커런트 향의 가장 독특한 점은, 상큼한 과일감과 함께 살짝 "쏘는 듯한" 날카로운 결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결은 유황을 품은 향 성분(싸이올, thiol)에서 옵니다. 특히 블랙커런트의 새순과 열매에 있는 분비 털(선모)이 4-메톡시-2-메틸부탄-2-싸이올 같은 싸이올을 품고 있는데, 이 성분이 과일 향 위에 "고양이 오줌" 같은 뉘앙스를 얹습니다.5 흥미롭게도 소비뇽 블랑 와인의 "고양이 오줌" 향도 같은 계열의 싸이올에서 오는데, 낮은 농도에서는 블랙커런트·구스베리 같은 상큼한 과일향으로 읽힙니다.6 이 살짝 야생적인 긴장감이야말로 블랙커런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비밀입니다.
'고양이 오줌' — 강렬한 향 프로파일
향 평론가 루카 투린은 천연 블랙커런트 새순 오일을 두고, "기대되는 프루티한 카시스, 밝은 풀 벤 듯한 초록, 조향사들이 '고양이 오줌'이라 부르는 쉭쉭한 암모니아 같은 뉘앙스, 그리고 틀림없는 유황 냄새"를 한데 끌어모은 강렬하고 복잡한 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7 그만큼 이 재료는 개성이 뚜렷해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향의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천연과 합성 — 카시스 베이스
향수에서 "블랙커런트(카시스)"는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하나는 꽃봉오리에서 얻은 천연 새순 앱솔루트로 날카롭고 푸르며 유황 같은 향을 내고, 다른 하나는 합성 향료로 만든 카시스 베이스입니다.8 합성 카시스는 흔히 테아스피란(theaspirane) 계열로 만드는데, 장뇌(캄포)를 띤 붉은 과일 향을 내며 더 깨끗하고 둥근 과일감을 줍니다.9 밝고 달콤한 "과일로서의 블랙커런트"는 합성으로, 초록빛과 톡 쏘는 결까지 담은 깊고 야성적인 향은 천연 새순 앱솔루트로 표현하는 식으로 나눠 쓰기도 합니다.
아주 적은 양으로
천연 카시스 새순 앱솔루트는 향이 매우 강하고 유황 뉘앙스가 뚜렷해, 조향에서는 보통 향료 전체의 1% 미만으로 아주 조금만 씁니다.10 이렇게 소량으로 쓰면 톡 쏘는 결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듬어지면서, 오히려 향에 싱그럽고 초록빛 도는 생기와 "천연스러운" 복잡함을 더합니다.10 개성이 강한 재료일수록 소량으로 다루는 조향의 지혜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장미와의 짝
블랙커런트는 특히 장미와 만나 빛을 냅니다. 짙은 초록빛이 도는 블랙커런트-장미 어코드는 장미를 흔한 감상에서 구해 내면서도 끈적한 잼처럼 흐르지 않게 잡아 주는, "정원과 부엌 사이"의 조합입니다.11 이 조합은 프루티 플로럴이라는 흐름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향수에서의 쓰임
블랙커런트는 향에 어둡고 상큼한 과일감과 생생한 긴장감을 더하는 재료로 쓰입니다.12 밝기만 한 과일 향에 깊이를 주고, 특히 장미와 만나면 어둡고 생생한 프루티 로즈를 만듭니다. 향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해 소량만 쓰지만, 그 작은 양이 향 전체를 세련되게 살려 냅니다. 블랙커런트가 다른 노트와 어떻게 어울리는지는 노트 페이지에서 다룹니다.
주
[1] "Blackcurrant," Wikipedia. 블랙커런트(Ribes nigrum)가 까치밥나무과(Grossulariaceae)의 관목이며 프랑스어로 "카시스"라 불린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lackcurrant
[2] Wikipedia, "Blackcurrant". 향수의 블랙커런트 향료가 열매가 아니라 눈(새순)에서 뽑은 카시스 새순 앱솔루트이며, 그 상당량이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난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lackcurrant
[3] "Blackcurrant," Wikipedia. 향수 산업에서 블랙커런트의 눈과 잎이 향료로 쓰인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lackcurrant
[4] The Good Scents Company, "Black currant bud absolute." 카시스 새순 향료가 용매 추출로 콘크리트를 거쳐 앱솔루트로 만들어지며, 과일 같은 카시스·초록·톡 쏘는 결이 담긴 강렬한 향료라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www.thegoodscentscompany.com/data/ab1017621.html
[5] Perfume Shrine, "Perfumery Material: Blackcurrant/Bourgeons de Cassis" (2012). 블랙커런트 새순·열매의 분비 털(선모)에 든 4-메톡시-2-메틸부탄-2-싸이올 같은 싸이올이 과일 향 위에 '고양이 오줌' 같은 뉘앙스를 얹는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http://perfumeshrine.blogspot.com/2012/07/perfumery-material-blackcurrantbourgeon.html
[6] Sommelier Wine Box, "Why does Sauvignon Blanc smell like 'cat pee'?" 소비뇽 블랑의 '고양이 오줌' 향이 같은 계열의 싸이올에서 오며, 낮은 농도에서는 블랙커런트·구스베리 같은 과일향으로 읽힌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https://www.sommelierwinebox.com/en/blogs/curiosita-sul-mondo-del-vino/perche-il-sauvignon-blanc-profuma-di-pipi-di-gatto
[7]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A-Z Guide(Roseberry 항목). 천연 블랙커런트 새순 오일이 프루티한 카시스, 밝은 풀 같은 초록, '고양이 오줌' 같은 암모니아 뉘앙스, 유황 냄새를 한데 지닌 강렬하고 복잡한 향이라고 설명합니다.
[8]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용어 해설). "블랙커런트(카시스)"가 날카롭고 푸르며 유황 같은 향의 천연 새순 추출물이거나 합성 카시스 베이스를 가리킨다고 설명합니다.
[9] PubChem, "Theaspirane." 테아스피란이 장뇌(캄포)를 띤 붉은 과일 향을 내는 성분으로 합성 카시스(블랙커런트) 노트에 쓰인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https://pubchem.ncbi.nlm.nih.gov/compound/Theaspirane
[10] Perfume Shrine, "Perfumery Material: Blackcurrant/Bourgeons de Cassis" (2012). 카시스 새순 앱솔루트를 보통 향료 전체의 1% 미만으로 소량 써서 싱그럽고 초록빛 도는 생기를 더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http://perfumeshrine.blogspot.com/2012/07/perfumery-material-blackcurrantbourgeon.html
[11] Luca Turin & Tania Sanchez, Perfumes: The Guide 2018(Rosa Ribes 항목). 짙은 초록빛의 블랙커런트-장미 어코드가 "정원과 부엌 사이"에서 장미를 살리면서 잼처럼 흐르지 않게 잡아 준다고 평한 대목을 전합니다.
[12] Fragrantica, "Currant Leaf and Bud" note. 향수에서 블랙커런트(카시스)가 어둡고 상큼한 과일감과 생생한 긴장감을 더하는 재료로 쓰인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https://www.fragrantica.com/notes/Currant-Leaf-and-Bud-337.html




